자유의 언덕

지유가오카

열차를 타고 어느 도시에 막 내려섰을 때, 언뜻 코 끝을 스치는 냄새가 있다면, 그 냄새가 그 도시의 냄새라고 나는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유가오카'가 일본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포스터를 보고, '지유가오카 핫초메'라는 카페가 일본에도 있으려나 싶은 마음에 발길을 지유가오카로 돌렸는데, 역에서 막 내렸을 때 코 끝을 스친 것은 버터향을 진하게 품은 고소한 빵 냄새였다.

그 냄새를 따라 걸음을 옮겼더니, 아니나 다를까 역사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선 타르트 가게가 있다.

맛있는 타르트를 먹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 버터향이 진하게 풍기는 곳, 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11월 말 유럽의 어느 아담한 도시를 보는 것만 같다.

지유가오카는 '자유의 언덕'이라는 뜻. 물론 서양=자유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서양식 동네는 왠지 분위기가 자유롭다. 사람들이 저마다 바삐 움직이는 도쿄의 여느 동네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눈에 많이 띈다. 길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벤치에 앉아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같이 산책나온 개를 쓰다듬는 남자들, 어린 아이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는 엄마들, 가게 앞에 서서 마음껏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하는 세련된 아줌마들.

'지유가오카 핫초메'는 물론 어디에도 없다. 그런 주소도, 그런 카페도. 일본에서 유학했던 사람이 지유가오카를 그리워 하며 한국에다 만든 카페라고 하니 말이다. 대신 한 달 전부터 동네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밀 수 있는 여유로움, 풍요로움, 고급스러움이 골목마다 넘친다. 일본 여자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동네 1위로 지유가오카를 꼽은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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